놓칠 수 없는 본방 사수의 매력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막장’ 드라마. 주인공 뒷담화로 밤이라도 샐 기세인 「레이디경향」 독자들과 함께 막장 드라마 명장면 베스트 5를 선정해봤다.

 

 

 

막장 드라마의 통상적 정의는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무리한 상황 설정, 자극적인 장면 등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총칭하는 말’이다. 혹자는 “현실에서 평생 겪을까 말까 한 에피소드가 수십 분에 한 번씩 벌어지곤 한다”라고 그 특징을 요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에서 ‘막장’이라는 수식은 더이상 폄하의 의미로 통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의 연속이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스토리 역시 그 상황에 대한 분노 혹은 비판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욕하면서도 보는’, ‘끊을 수 없는’ 인기의 비결도 바로 이 때문 아닐까.

* 본 설문 조사는 「레이디경향」 공식 페이스북 (www.facebook.com/ladykyunghyang)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1 MBC-TV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58%)
현재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로, 대적할 적수가 없다. 착한 주인공의 생모가 악의 축이었다는 신선한 설정에서 출발했다. 침선장이 되기 위해 아주버님 내외와 경쟁하다 사고를 내고 급기야 딸 보리(오연서 분)까지 잃어버린 인화(김혜옥 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친딸을 키워준 도씨(황영희 분)의 딸 연민정(이유리 분)을 양딸로 들이며 관계는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인다. 게다가 두 딸은 이복형제인 재화(김지훈 분), 재희(오창석 분)와 각각 결혼하며 동서지간이 되는데…. 말로만 복수하는 주인공, 그녀만 빼고 다 아는 사건의 전말과 진실 탓에 가슴을 치면서도 어느새 TV앞에 앉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Best Cut # 땡땡땡 엄마
장보리가 키우고 있는 딸 비단(김지영 분)은 사실 연민정이 과거 동거남 문지상(성혁 분)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모성애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생모에게 똑순이 비단이가 날린 반격. “봐도 못 본 척하라고 하고, 작은어매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하니까 뭐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땡땡땡 이렇게 한 거다.”

신송희 독자의 의견 “막장 드라마여도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어요. 욕하면서 계속 이끌리는 드라마! 특히 16회에서 보리에게 호감을 보이던 재화가 기습 뽀뽀하는 장면은 제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오연서씨의 순박한 모습에 사랑스러운 매력까지! 그리고 보리가 아빠 수봉과 눈물의 재회를 한 장면 또한 감동적이었어요. 비록 막장 드라마 1위로 뽑았지만, 끝나는 날까지 재밌게 볼 거에요.”

2 MBC-TV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 (16%)
첫 방송 시청률 9.4%에서 시작해 하향 곡선을 그리다 최근 14%대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를 끄는 데는 막장 시어머니 경숙(김창숙 분)의 활약이 크다. 굴지의 대기업인 TS 그룹의 안방마님인 그녀는 평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둘째 아들의 여자친구인 윤주(정유미 분)가 며느리로 들어온 뒤로 악독한 본모습을 드러냈다. 불임 판정을 받은 며느리에게 대리모를 제안하는가 하면, 그녀에게 생모(고두심 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다음부터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들들 볶았다.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엄마의 품이 그리워지듯 쉼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엄마의 품과 같은 따뜻한 드라마가 되려 한다”라는 제작 의도와 달리 이 드라마는 일명 ‘막장 드라마 공식’에 매우 근접해 있다.

Best Cut 독한 시어머니의 마지막 한 방
둘째 아들 기준(최태준 분)과 헤어진 며느리를 찾아가 이혼 답례로 돈을 건네며 “조용히 물러나면 머리카락을 잘라서라도 짚신을 엮어주려 했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경숙.

공동 3 SBS-TV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11%)
첫 방송부터 침대 위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다소 센 장면으로 막장의 기미를 보였다. 부와 명성의 상징인 청담동의 비밀스러운 욕망과 상류사회의 추악한 스캔들을 다뤘다는 설정답게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넘친다. 온 가족에게 따뜻하고 헌신적이지만 매번 당하기만 하는 착한 며느리 현수(최정윤 분)가 시어머니 복희(김혜선 분)의 엄청난 계략과 ‘믿는 도끼’였던 남편(강성민 분)의 외도를 알게 된 뒤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하다.

Best Cut CSI는 명함도 못 내밀 치밀함
맏며느리인 현수를 쫓아내기 위해 둘째 며느리 재니(임성언 분)와 짜고 피임약을 먹이고 음모를 꾸미는 복희. 그러나 그 첫째 아들 수호(강성민 분)는 무정자증이라는 사실!

박용희 독자의 의견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든 드라마예요. 시어미니가 며느리 임신 못하게 막는 장면은 황당의 극치였어요.”

공동 3 KBS-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 (11%)
과거 동거했던 남자가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여자 연희(장서희 분)와, 그의 여동생 화영(이채영 분)이 복수를 위해 연희의 대리모를 자처, 아이를 낳고 엄마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내용이다. 줏대 없는 못난 남편 정병국(황동주 분)과 답답하게 당하기만 하는 연희, 뒷목 잡게 하는 악역 화영의 삼각관계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뺨칠 정도지만 평균 시청률 20%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Best Cut 격렬한 난투극은 기본
병국의 이혼 소송 기간 동안 법원에 불륜 사실을 숨기려 친정집으로 돌아오게 된 화영. 그녀가 쫓겨난 것이라고 오해한 엄마 배추자(박준금 분)는 급기야 병국의 집을 찾아가 물세례를 시작으로 분노의 한 판 싸움을 벌인다. 함께 간 추자의 친구(이숙 분)의 한마디가 명대사. “눈을 동그랗게 뜨지 그럼 세모꼴로 뜨냐? 너는 눈이 세모냐?”

Christina Suh 독자의 의견 “복수심과 열등감에 휩싸인 이화영이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진우를 윽박지르고 인형을 가위로 다 잘라버리는 장면은 정말 호러 수준이었어요. 막장 드라마의 포인트는 빠른 전개와 막판의 복수! 빨리 연희의 복수가 시작되면 좋겠어요.”

5 MBC-TV 아침드라마 ‘모두 다 김치’ (4%)
남편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었던 하은(김지영 분). 그러나 그녀는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버림받고, 살기 위해 김치 하나에 승부를 건다. 그 과정에서 만난 백마 탄 왕자 신태경(김호진 분)과의 러브 스토리가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여기까지만 봤을 땐 새로울 것이 없다. 이 드라마를 돋보이게 한 건 바로 김치. 얼마나 다양한 소재로 쓰일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동반 자살을 시도하고, 계략에 빠져 냉동 창고에 갇히는 일쯤이야 예사다.

Best Cut 들어는 봤나, 김치 따귀
딸을 괴롭히는 전 사위 임동준(원기준 분)에게 옛 장모 나은희(이효춘 분)가 날린 시원한 김치 따귀. 이 장면 덕분에 아침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분노를 가득 담아 배추 포기째 따귀를 날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코믹 동영상 리스트에 올랐다는 후문. 앞서 방송된 MBC-TV 일일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배우 박동빈이 마시던 주스를 고스란히 뱉어내는 영상 역시 화제가 됐는데, 두 드라마 모두 코믹 설정을 좋아하는 김흥동 PD의 작품이다.

번외 편 막장 CF 베스트 ‘아침드라마 편’ 마치 드라마 예고편을 연상시키는 짧은 동영상에서 두 여주인공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따귀를 주고받으며 분노를 표출한다. 때마침 끼어든 남자에게도 ‘쌍’ 따귀가 날아간다. 좌측 상단의 날짜, 시간 자막은 영락없는 아침드라마. 그러나 알고 보니 이 영상은 고유의 ‘막장’ 소스들을 잘 버무려 만든 한 음료 광고 CF였다. 깨알 같은 패러디와 배우들의 명연기가 압권이다.

추억의 막장 드라마 Best 4
1위 오로라 공주 레이저 발사, 유체 이탈, 암세포도 생명 등 매회 반전을 뺨치는 설정들이 쏟아졌던 터라 베스트 장면으로 하나의 신을 꼽을 수 없다. 여전히 전무후무한 막장 드라마의 갑 오브 더 갑.

2위 아내의 유혹 점 하나 찍고 돌아왔을 뿐인데, 출연 배우 모두가 안면인식장애를 갖고 있는 듯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등장할 수 있는 모든 막장 요소가 총출동했다. 이야기 전개의 스피드 면에서는 역대 최고.

3위 하늘이시여 자신의 친딸임을 숨긴 채 자신이 키우던 아들을 결혼시킨 어머니의 엇나간 모정이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였다. 한 조연배우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신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4위 밥줘 당시 일일극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KBS 드라마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하며 정점을 찍었던 작품이다. 바람을 피웠지만 반성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남편, 불륜을 막기 위해 당연시되는 폭력들. 혹자는 막장을 넘어선 패륜 드라마라 일컬었다.

이 정도는 있어야… 막장 드라마 공식
권선징악 당하기만 하는 주인공. 뒤늦게 악역의 횡포와 계략을 깨닫고 분노하지만 역습은 금물. 옆에는 언제나 돈 많고 잘생기고 착한 수호천사 대동.

전지적 악역 시점 주로 악역은 여성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 남자 배우들에게로 그 범위가 확대됨. 모두가 아는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거나, 모두가 모르는 사실을 악역만 알고 있음.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사건, 그러나 해결은 순식간 막장 드라마의 힘은 스피드. 상황을 깊게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할 타이밍을 절대로 주지 않음. 간혹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늘어져도 인기를 얻는 드라마들이 있으나 이 경우 배우들이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