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아이들, 게임 중독 예방하려면?
신의진 의원· 한덕현 교수의 新처방전
곧 겨울방학이다. 애들은 신나지만, 엄마는 겁부터 난다. 우리 애가 방에서 게임만 하진 않을까. 컴퓨터 끄라는 소리를 하기 전에 잠깐, 여길 한 번만. 신의진 의원과 한덕현 교수가 그런 엄마,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신의진 의원

참 희한하다. 이왕 중독될 거면 공부에 중독되면 좋을 텐데 왜 게임에 중독이 되는 걸까.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게임은 재밌다. 그때그때 점수가 나오고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재미를 보답으로 불러일으키는 행동이 ‘보상행동’인데, 행위 중독은 보상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회로와 연관돼 있다.
그런데 공부는 다르다. 보상이 느리다. 끈기 있기 매달려도 길면 몇 년 후에 그 보상이 주어진다. 심지어 보상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있다. 중독이 되려고 해도 안 된다. 그때그때 점수가 팡팡 오르고 보상도 잘 이뤄지는 게임이 아이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아이, 게임 중독일까? 

그렇다면 ‘게임 중독’의 기준은 뭘까. 바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덕현 교수가 말하는 인터넷 중독(인터넷 게임 장애)의 경고 신호는 이렇다. 지나친 인터넷 사용으로 밤에 깨어 있고 낮에 자는 것, 이로 인해 학교나 직장에서 능률이 떨어지는 것. 그다음은 인터넷 사용 문제로 가족 간에 불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다. 인터넷 말고는 다른 일상생활이 없는 것,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인관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또한 경고 신호다.
한데 이 같은 현상이 모두 게임 자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교수는 “인터넷 중독의 문제는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사용자의 문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족 내부의 문제, 불안정한 애착, 관리 소홀, 따돌림, 학교폭력과 같은 학교 부적응과 같은 요인 탓에 가상세계로 한 도피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쉽게 말해 ‘아이가 오랜 시간 인터넷만 해도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찾는 엄마들은 인터넷 중독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 오해가 있다”면서 “가장 큰 오해가 인터넷 게임을 술, 담배 등과 동일시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게임이 왜 재미있지?

최근 펴낸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해요>(신의진·한덕현 外 2인)에서 이들은 “아이가 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책에는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게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목차도 있다.
“엄마도 한 번쯤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아들이 푹 빠져 있는 ‘리니지’를 엄마가 한번 해보고 ‘네가 왜 이걸 하는지 알겠다’고 한 경우도 있거든요. 이렇게 이해하고 접근하면 달라요.”
한 교수는 “직접 해보는 게 무리라면, 옆에서 얼마간 지켜보는 것만이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이들이 이 게임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고 했다.
“리니지에 공성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최고의 성을 빼앗기 위한 전쟁인데,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12명이 모여서 각각의 특기를 발휘해야 하고, 그전에 전략도 짜고 막 그래요. 공성전 한번 치르려면 그전에 엄청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근데 공성전 치르고 있는 중에, 심지어 대마왕까지 만나서 칼로 퍽 찌르고 있을 때 플러그를 뽑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온순한 아이라도 화가 날 만한 상황. “주택청약적금 24개월 불입해서 겨우 1순위 만들어놓은 걸 남편이 술값 갚는다고 그냥 해지해버리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실제로 공성전 때 코드를 뽑아버린 엄마에게 손찌검을 해서 저희 센터에 상담하러 온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에게 만일 공성전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겁니다. 12명 모집할 때 ‘하지 말라’고 했으면 됐을 텐데 싶은 거죠.”
게임에 대한 이해가 끝났으면 아이가 ‘왜’ 이 게임에 특히 재미를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한 교수는 “상담 학생 중에 게임 속 갈등, 경쟁과 같은 요소보다 캐릭터의 표정과 감정 변화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그 자체를 즐기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게임이 왜 재밌는지를 분석해보면 아이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위 사례의 학생은 그 후 애니메이션학원에 다녔고, 지금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학과에 가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겨울방학, 게임하는 아이 대하는 법

게임에 대한, 아이의 흥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충족됐다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인터넷 게임을 위한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보낼 건지.
“인터넷 사용규칙을 갑자기 세우는 가정보다 기존에 가족 내 규칙이 있는 가정이 훨씬 수월해요. 규칙도 없는 가정인데 인터넷 사용만 규제한다고 하면 아이가 말을 듣기 힘들겠죠. 가족회의를 통해 큰 틀의 규칙을 세우고, 거기에 인터넷을 조항으로 녹이는 겁니다. 이번 방학 때는 가족회의를 한번 시도해보세요.”
규칙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 집은 아침밥을 8시에 먹는다, 학교에 가기 위해선 늦어도 6시 30분엔 일어난다와 같은 자연스러운 일과와 같이 여기면 된다. 그래야 좀 더 자연스레 녹아든다.
한 교수는 이번 방학을 계기로 아이의 새로운 소질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추천했다. “옆집 ○○이가 피아노를 배운다는데, 너도 배울래?” 같은 게 아니다. 이를테면 남자아이가 리듬감도 좋고 몸도 유연하다면 “발레 해볼래?” 하는 식이다.
단기 목표를 정해 보상을 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추천한다. 한 교수는 “방학 내에 이룰 수 있는 일들, 단기 목표를 함께 정하고 그에 대한 토큰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의원은 “아빠는 ‘괜찮다’고 하는데, 엄마는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없도록 가족이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팀장

 

세 살배기에게 스마트폰 쥐여주는 엄마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뽀로로 영상을 보여주고 자신은 집안일을 하는 엄마. 이런 경우, 아이에겐 어떤 영향이 갈까?
“만일 틀어주지 않았다면, 아기가 칭얼대면서 엄마에게 매달리겠죠. 그럼 엄마가 혼을 내겠죠? 그러면서 이모셔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겁니다. 혼난 아이는 아,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엄마가 화를 내는구나, 하고 배울 수 있고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아기 뇌에 신호로 전달돼서 차곡차곡 쌓이는 거예요. 훗날 컸을 때, 문제해결 능력의 기반이 되는 거죠. 편하자고 디지털 기기를 쥐여주면,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되는 겁니다.”
뇌는 참 신기하다. 오래 안 쓰는 기능은 없앤다. 한번 없어지면 원래 기능을 다시 살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성장기엔 더 그렇다.
“아이에겐 아날로그식의 사고가 먼저 깔려야 해요. 그전에 디지털 사고가 들어가면 다시 아날로그를 깔기가 쉽지 않아요. 손 글씨를 쓰다가 아이폰 자판을 치는 건 쉬운데, 자판을 치다가 손 글씨 쓰기는 몇 배나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요.”
신의진 의원은 “무조건 못 하게 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강국에서 이 산업을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이 디지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