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마술사이다. 6세 이하 아이들은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은 “그린핀도르예요?”, “슬리데린이에요?”(<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숙사 이름)라고 묻기도 하지만, 세무사가 분류한 공식적인 명칭은 마술사이다. 최근 프로 마술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흔히 만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마술사들에게 던지는 공통적인 질문들이 존재하는데, 마술의 비밀부터 개인적인 궁금증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1996년, 프로마술사의 길을 걷게 된 이래 20년 동안 단 한 명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 있다. “왜 사람들은 마술을 보러가는 걸까요?” 한 번쯤 받아볼만한 질문인데, 그 누구도 물어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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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술사들이, 내가 마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디어가 발달하고 세상이 삭막해져도 인간은 항상 꿈을 꾼다. 그리고 그러한 마술을 보며 어딘가에 마법이 있을지도 몰라, 기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심되지만, 어딘가 있겠지, 하나쯤은. 내 마술로 인해 멋지게 등장하셨던 그 남성 관객은 무대 위에서 또 하나의 마술을 보여줬다. 아마 기립박수를 쳤던 모든 이들은 그러한 마술이 영원하길 바랄 것이다. 의심되지만, 영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계속 마법을 믿을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마술을 한다. 마법이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