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매거진
로그인 | 회원가입 | 원클릭연장 | 이용 기관/기업 고객센터
  
헤어샵 전용 잡지구독센터

헤어샵 베스트셀러 | 추천 패키지 | 패션/뷰티(국내) | 패션/뷰티(해외)


        

심볼
제휴 브랜드
마이페이지
고객센터
네이버톡톡-1:1상담
카톡-친구추가
신문 구독

잡지 맛보기

구분  문화/예술/공연
정간물명   월간에세이
게재월   2016년 07월
제목  나의 멘토, 사마천 - 만남 / 김원중, 단국대 교수·한국학진흥사업위원장


2013년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 나는 중국 시안(西安)의 한 호텔에서 새벽 일찍 길을 나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로 2시간 반쯤 거리인 사마천(司馬遷)의 고향 한청(韓城)에 있는 사마천 사당에 가기 위해서였다.

<사기>의 저자이자 ‘사성(史聖)’으로 추앙받는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잠든 사당은 평지의 나지막한 언덕에 있었다. 그의 무덤으로 올라가는 길은 걸어서 가기엔 생각보다 멀었다. 대대적인 규모로 조성 중인 사마천 사당 중앙에 20미터 이상 우뚝 솟은 사마천 동상은 마치 날카로운 눈매로 세상을 노려보는 듯했다. 그의 무덤으로 올라가는 문 입구에 ‘사필소세(史筆昭世)’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역사가의 붓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인데, 사마천이란 역사가의 위대한 붓끝에 의해 <사기> 52만 6,500자가 탄생했고, 그가 되살린 2천여 년의 역사가 세상의 빛이 된다는 의미였다.

99개의 돌계단을 올라 그의 무덤에 다가서니 다섯 그루의 측백나무가 콘크리트로 뒤덮인 무덤 위에서 사마천의 혼을 지켜 주는 듯했다. 수염도 없이 살다간 사마천의 넋을 위로하면서 나의 멘토로 자리 잡은 그의 삶과 나의 삶을 함께 떠올려 보았다.

오늘의 내 인생을 가능하게 한 주변의 인물들은 적지 않지만, 내가 고전 연구를 하게 만든 근본적인 계기가 된 인물은 이 세상에 없는, 아니 2,10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사마천이다.
<사기>에 빠져들어 거의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주말과 휴일을 거의 반납하다시피하면서 16년 만에 완역하게 한 힘의 원천도, 따지고 보면 사마천 개인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그의 문장력에 대한 동경과 신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극한 효자였던 사마천은 역사를 집필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사관으로서 소명감을 지니고 이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기>를 탈고하기 몇 년 전, 친구를 변호하다가 한 무제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겪으면서 그의 삶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다. 사마천은 “이것이 내 죄인가, 이것이 내 죄인가”하고 자책도 하고, 친구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는 “이 치욕 때문에 부모님의 산소에도 오르지 못하고, 하루에도 창자가 몇 번씩이나 끊어지는 듯하다”고 절규하면서도 역사 집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위대한 저작은 모두 가슴에 진 응어리를 풀어낸 것’이라는 발분(發憤) 정신으로 삶을 담금질하면서, 춘추필법(春秋筆法)에 따라 하늘과 사람, 옛날과 지금의 변화를 통관하면서 역사의 위대한 인물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남기겠다는 집념으로 절창(絶唱)을 뿜어냈다.

사찬(私撰)의 형식을 빌려 써내려가면서 한 무제에 대한 원망도 과감히 그려낸 사마천은 순탄치 않은 책의 운명을 예견했다. 그래서 <사기>를 두 권 만들어 한 권은 명산에 감춰두고 다른 한 권은 세상 선비들의 열람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사기>는 52만 6,500자”라고 못 박아 후인들의 가필도 경계할 만큼 치열한 작가 정신을 보여주었다.

사마천이 세상의 불공정에 대해 던진 ‘천도시비(天道是非)’론은 내가 세상을 살면서 양비론의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하는 처세 원칙이 되어주었다. 또한 사마천 특유의 문장력은 내가 글을 쓰면서 배워야 할 지침서 역할을 하기 충분했다. 어디 이뿐인가. 내가 <논어>를 번역한 것도 <사기> ‘공자세가’와 ‘중니제자열전’에 나타난 인간 공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고, <한비자>와 <노자>를 번역한 것도 ‘노자한비열전’에 있는 한비(韓非)의 비극적 삶에 대한 연민과 노자의 사유에 대한 신비감 때문이었다.

외로이 홀로 하는 고전 연구의 힘겨움을 버틸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준 사람도 사마천이었다. 그가 그려낸 인물들의 전기(傳記)는 어느덧 사마천의 분신이 되어, 내가 살면서 처신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다른 환경에 사는 쥐 두 마리를 보고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곳에 달렸을 뿐이구나”라는 말을 던지고는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진나라로 들어간 이사(李斯)를 보면서 나는 결단력을 배웠다. 또한 몸을 낮추고 22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았던 구천(句踐)에게서는 집념을 배웠으며, “사냥에서 들짐승을 잡는 것은 사냥개이지만, 개 줄을 풀어 짐승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은 사람이오”라며 소하(蕭何)를 극찬한 고조 유방을 보면서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는 섬뜩함을 느꼈다.

사마천을 만나지 않았다면, 행복감을 느끼면서 고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오늘의 내가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기>를 수십 번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완역했으며, 사마천의 치열한 삶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거의 날마다 나와 교감을 이루는 사마천은 그 누구보다 크게 내 마음의 한 축을 장식한 멋진 인연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그의 무덤을 찾아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출처] 월간에세이 (2016-07)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관련기사] 세계의 가족 - 나의 가족, 나의 보금자리 / 에밀 라우센, 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아름다운 人터뷰-춤으로 짓는 무정형의 공간 / 현대무용가·크리에이터 김설진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재미난 手作 - 자수, 천천히 흐르는 실 그림 / 김민아, 자수 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사진, 그 상상의 공간 _ 어느 낯선 우체국 / 변종모, 사진작가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관련기사] Leaders - 출판인의 길 / 강희일, 다산출판사 대표 - 월간에세이 Essay (2018-10)


    
�굹�씠�뒪遺�     �굹�씠�뒪�똻     �뒪荑⑤ℓ嫄곗쭊     �썡�뱶吏�     踰좎뒪�듃留ㅺ굅吏�     �굹�씠�뒪留ㅺ굅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