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은 주로 물의 유기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얻는다. 대학원 시절 작업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학부 때 도예를 전공한 나는 물레, 핸드빌딩, 석고 캐스팅 등 도자 기법에 관한 것들은 전반적으로 배웠기에 수준 높은 테크닉까지는 아니지만 만들고 싶은 것들은 어느 정도 도자기로 표현이 가능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주된 표현 기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었다.

호기심도 많았고 좋아하는 관심 분야도 많았던 나는,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정작 진짜 좋아하는 걸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쉽게 질려하는 성격 탓에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를 이어갈 것에 대해 섣불리 결정하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다. 고민을 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잘 모르겠다’를 생각하며 의미 없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다양한 참고 이미지를 돌려보던 중 ‘아! 난 이런 형태들을 좋아하는 구나’라고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폴더별로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모아 놓았는데, 유독 시선이 더 오래 머무는 것들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곡선의 유기적인 형태들을 더 오래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특히 자하 하디드(Zaha Hadid),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건축물이 많이 있었다. 사회의 관념이나 유행 등에 영향을 받아 좋아하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을 해야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나는, 곡선과 유기적인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물’이라는 주제로 도자 작업을 시작했다. 꿀렁꿀렁한 형태들을 만들며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이런 변화무쌍함이 좋았다. 곡선이 완만하면 부드러워 보여서 편안했고 격차가 커지면 역동적이었다. 곡선의 커브, 높낮이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으로 물의 감성이라는 주제를 잡았다.

물이라는 소재로 작업했을 때는 가변적인 형태가 흥미로웠는데, 작업에 녹여낼수록 우리의 내면이 형성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강가에 흐르는 물, 거친 파도, 산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달리하는 물은 다양한 경험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의 내면과 유사했다. 이런 식으로 물을 바라보니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두 번째 개인전인 <Sensibility of water 2nd; 形>에서는 물이 흐르는 지형의 모양과 물의 형태의 같음을 통해 이 둘을 나누려 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폭을 좀 더 확장해 나갔다. 물에 의해 깎이고 또 어딘가에 쌓여 지형이 변화하듯 사람의 내면도 자극에 의해 깎이고 쌓이고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모양과 같다고 여기며 마모된 조약돌과 오랜 시간 동안 깎인 것 같은 지형 또한 물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지형인 듯 물인 듯한 형태, 거침과 부드러움 등 두 대비되는 것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다른 것 같지만 같은 것임을 이야기했다.

3번째 전시 <Sensibility of water 3rd; 샘>에는 물의 상징성 중 신성성, 염원, 기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계의 어느 나라든 물이 있는 곳에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물은 소망을 들어주는 영험함을 지닌 자연물로 여겨지며 신성함을 함축한다. 동전을 던지는 것은 현대의 가치를 상징하는 교환 수단으로서 물에 바치는 공헌물이다.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원형적인 의식 세계는 변하지 않고 전해져 내려온다. <샘>은 마음의 소원을 바라며 희망을 품게 하는 하나의 제의적인 형태의 전시로, 물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순환으로서의 치유를 기원해 보는 내용으로 기획해 직접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장소를 연출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물의 수용성’을 표현해 보고 싶다. 오랜 시간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수용한 형태들. 예를 들면 나는 튀르키예의 파묵칼레(Pamukkale)나 카파도키아(Cappadocia)처럼 독특하고 웅장한 지형에서 영감을 받는다. 화산이 터지기도 하고 비와 눈보라가 반복되며 생긴 지형, 또는 수천 년 동안 지하수가 흘러 독특하게 생긴 대지들. 우리는 그것을 장관이라 부르지만, 그것들은 같은 자리에서 자연에 순응한 의연한 모습이다. 작업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서 표현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이렇듯 물이라는 주제는 수많은 확장성을 지닌다. 인간과 물 사이의 상호작용은 공통된 본질과 연결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 나의 작업이 감상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그들이 자기 내면에 관심을 갖고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