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자국] 어려웠던 첫 순간들 / 김민경, 약사

얼마 전 마음에 한차례 큰 소용돌이가 지나갔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회사에 수년간 묵혀둔 다국적 프로젝트가 있었다. 담당자가 수없이 바뀌면서 일의 책임이 불분명해졌고, 결국 시간만 흘러갔던 것이다. 나는 자발적으로 그 일을 돕기로 하였다. 국내외 담당자들과 밤낮 없는 미팅을 했고, 결국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중재에 임한 것,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해당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내부자가 나타나자 그동안 이 일과 관련하여 너무나 지쳤던 사람들이 마음속에 쌓인 불만을 나에게 부정적인 언어로 뱉어냈다. 주된 내용은 업무 보고는 없으면서 요청 사항만 많았다는 것. 어떤 이는 더 이상의 이메일 답신도 하지 않는 형태로 불만을 표출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이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불만의 내용을 정리하여 담당자들에게 보고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이 프로젝트를 뭉개고 있던 당사자가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냐며 오히려 그 책임을 나에게 전가한 것이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은 구성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여 발생한 오해임을 인식하였다. 억울했지만, 개인적으로나 회사로나 모든 구성원이 잘 화합하여 원활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필요했다. 중간에서 대신 욕도 먹고 쓴소리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중재 끝에 모든 구성원 간의 화합을 이루어냈다.

그동안 오해가 있었던 구성원들도 나에게 사과와 격려를 건넸다. 앞으로 더 좋은 일을 구상해 보자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오해가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해를 중재하는 동안 나의 마음은 한없이 억울했고, 화로 가득 차 있었다. 서로가 잘못한 일의 불만을 나한테 표출하다니…. 오히려 불만을 표출한 쪽에서 소리를 지르며 감정적으로 대응한지라 중재 과정에서 나의 마음도 많이 상해버린 탓이었다. 쉬어야 하는 주말 내내 머릿속은 온통 분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일이 해결되었을 즈음, 문득 화난 마음으로 주말을 지내게 내버려 두었던 번 아웃이 된 내 마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일이 잘 해결되리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방이 투척한 부정적 감정의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며 아까운 주말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불화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 번만 더 노력해 본다면 사실 별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제 나는 이렇게 회사에서 감정이 낭비되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에 의도적으로 생각의 블랙홀에서 나 자신을 구출하려고 노력해 본다. 다음 단계를 위한 첫발자국으로서.

방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출구를 찾아 힘든 시간을 견뎌오던 나만의 성공 시나리오들을 되새겨보는 것이다. 합격하지 못할 거라고 여겼던 어려운 시험을 공부하면서 견뎌야했던 어두웠던 시간들. 10년의 외톨이 유학 생활 동안 겼었던 희로애락의 경험 등을 다시금 떠올리며 나의 힘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들을 결국 긍정에너지로 변화시킨 순간들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려웠던 첫 순간들도 이제껏 잘 넘겨오지 않았냐며 다시 한번 나 자신을 토닥여본다. 의도적으로 나의 감정이 쉴 틈을 허락하고 멈춰가는 시간을 계획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지속적으로 말해준다.

“감정에 속지말자. 여태 잘해왔고. 이것 또한 잘 지나갈 거야.”